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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1일 화요일

제프 베조스의 창업 결정의 기준: 후회최소화 프레밈워크

지금으로부터 16년전인 1994년, Amazon 온-라인서점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는 월스트리트의 헤지펀드 회사인 디이쇼(D.E.Shaw) 의 최연소 부사장을 일하고 있었다. 당시 38세.

어느날 그는 결심한 듯 상사에게 가서 말했다. "나는 미친 짓을 할까 해요. 인터넷으로 책을 파는 회사를 창업할 겁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지만, 구체적으로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상사는 "잠시 함께 걷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2시간 동안 센트럴파크를 걸었다. 상사가 말했다. "자네 아이디어는 매우 훌륭하지만, 그 아이디어를 자네처럼 좋은 직장이 없는 사람이 갖고 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 그러고는 베조스에게 최종 결정을 하기 전에 48시간 동안 더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같은 계획을 들은 그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신을 100% 믿고 있다는 것 알죠? 당신이 무엇을 하던 말이에요."

결국 최종 결정은 베조스 본인에게 달려 있었다. 이때 그의 판단 기준이 된 것이, 그 유명한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 (regret minimization framework) 였다. 그는 자신이 여든 살이 되었을 때를 가정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 시점이라면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후회할 일을 가장 줄이는 방법을 생각하기로 했다.

그는 자신이 여든 살이 되더라도 창업한 일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엄청난 기회가 될 수 있는 인터넷 신천지에 참여한 것 역시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 뛰어들어 설사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만은 후회할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즉, 그것을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장차 그 생각이 하루도 머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결정이 매우 쉬워졌다. 제프 베조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만일 당신이 여든 살이 됐다고 가정하고 '그때 나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라고 생각해 보라. 그러면 당신은 일상적인 판단의 혼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 이와 관련된 제프베조스의 "regret minimization framework" 인터뷰를 유투브에서 볼 수 있다.

출처: 훈창통, 이지훈지음, 샘엔파커스, 2010년

2010년 12월 4일 토요일

연구개발과 마케팅의 연계

오늘자(12월4일 토요일) 조선일보 Weekly BIZ 에 서울대 경영대 김상훈교수의 경영컬럼이 내 눈길을 끌었다. 제목은 "마케팅은 눈, 연구개발은 머리... 서로 죽이 맞아야 승리한다" 이다. 컬럼에서는 최근 국내 전자회사의 조직개편에서 나타난, 마케팅 보다는 연구개발 과 생산의 중시를 언급하고 있다.
김상훈교수는 하이테크마케팅저서를 집필하고 마케팅학회에서도 발표를 볼 수 있어서 내가 관심을 가지고 컬럼을 보았다( 몇년전 우리회사의 특강 요청을 정중히 거절한 적이 있다).
특히 연구개발과 마케팅의 연계는 내가 앞으로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려는 분야여서 반가웠다. 국내 한 대표 전자기업의 경우 현재 마케팅과 연구개발의 연계를 위한 PLM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고, 연계부분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할 예정이고 여타의 기업들도 PI 를 위한 시장(고객)정보 인텔리전스 부분에 대해 당위성과 조직및 프로세스 타당성을 검토하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핵심에는 조직 구성원의 시장중심의 R&D 가 생존의 중심에 있다는 mind-set 과 지도층의 강력한 리더십이 관건으로 생각된다. Fast follower 시절에 몸에 밴, 지시한 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잘 만드는 인식보다, 끊임없이 배우고 협력을 통한 혁신에 보다 더 적응해야 하는 도전이 있는 것이다.
한가지 연구개발과 생산 중시의 경영에서 우려되는 점은 혁신가의 딜레마이다. 하버드대학의 Clayton Cristensen 교수는 위대한 기업이 망하는 이유로 성공한 기업은 기존 고객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환경으로 기업이 돌아가기 때문에, (시장을 무시하기 쉽고) 기술에 대한 자만을 낳고, 결국 새롭게 자라나는 disruptive technology 를 좌시하여 망하는 길로 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예를 수없이 보아왔다.
iPhone 의 예에서 보듯이 기술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fast follower 조차도 ecosystem 이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하여 제품 R&D 초기부터 이러한 시장과 고객 경험 변화의 뉘앙스를 감지하고 이를 즉시 제품개발에 반영하는 회사의 조직문화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New economy 에서는 진실로 winner take-all 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보통신기반의 산업에서는, 수익체증과 외부 네트워크효과로 인해 선두진입자의 premium 은 절대적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이 국내업체의 R&D 와 생산중시의 경영이 비교적 시행착오를 덜 겪고 이러한 R&D 와 마케팅 연계를 통한 신시장창출로 수익성있는 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속히 자리를 잡기를 바랄 뿐이다.

2010년 12월 2일 목요일

결언: 융합시대에 마케팅이 직면한 도전

몰고 다니던 자동차가 수명이 10년이 되니 여기저기 잔 고장이 많다. 직영정비서비스센터를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문제가 있는 부분만 딱 고치고 말 것이 아니라 어디 다른 부분이 이상이 없는지 척척 알아서 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기사는 아예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지 자기가 할말만 하고 사라진다. 이전까지 제품을 팔기 위한 마케팅에 관성에 있는 제조업중심의 마케팅은 다음과 같은 도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첫째, 앞에 언급한 selling mind-set 의 관성에서 서비스 mind-set로 바뀌어야 한다. 이는 일회성 거래기반의 마음가짐이 아니라 고객의 생애주기를 돌보아주겠다는 지속적 배려의 마음가짐이다. 둘째, 종종 서비스 비즈니스를 일회성 프로젝트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일회성 거래기반의 결과물을 낳기 쉽다. 고객에게 지속적 지원서비스를 한다는 것은 그러한 영구적인 조직이 필요함을 의미하며 조직적 변화를 필수적으로 수반한다. 셋째, 자동차서비스 예에서 보듯이, 고객의 그간의 정비이력을 알아야 한다. 즉 통합된 정보시스템과 관리행위가 중요하다. 넷째,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서비스는 고객의 비즈니스 목표와 행위를 지원하게 설계되어야 하기 때문에 고객의 비즈니스 배경과 운영조건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섯째, 서비스가 진행되면서 서비스 관계의 연장선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은 고객과의 서비스 상호생산(co-production)을 염두에 두고 지원되어야 하므로 제조회사는 영업의 기회를 홍보하는 자세보다는 고객을 배려하는 표현으로 마케팅 및 홍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융합 환경에서는 주어진 답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경우가 적고 부분의 전문네트워크 협력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마케터는 경청, 공감, 열린 자세와 더불어 시장을 신속하게 읽는 통찰력과 수평적으로 전문네트워크들과 생산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비스 중심 비즈니스로 된다는 것은, 제조업이 가지고 있는 일회성 거래중심의 개념과 대치되기 때문에 도전적이다. 서비스를 유형의 상품보다 종종 후 순위에 놓고 지원에 대해 무지했던 그간의 관성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비스 제공회사로 거듭 난다는 것은 프로젝트를 통해 일회성의 제공만이 아닌, 전체 조직의 관점에서 기업이 지향하는 초점을 재설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지향하려는 서비스 중심 비즈니스로의 이행이 역으로, 제조중심의 사고방식을 탈피하여 조직 전체의 변화를 야기하는 도전의 바람을 맞는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 비즈니스로의 이행에서 요구되는 마케팅

이전에 언급한 고객의 필요와 요구를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기업의 역량을 잘 살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마케터는 자기 가슴에 손을 엊고 우리 회사만이 경쟁사보다 특별히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솔직하고 치밀하게 생각해야 한다. 특히 산업의 지배적 디자인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패러다임 변화시기에는 핵심 세그먼트를 둘러싼 가치네트워크 또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세그먼트에서 일고 있는 일련의 전자, 통신, 방송미디어 및 컨텐츠 산업의 변화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일깨워준다. 전통적으로 휴대폰은 통신회사가 보조금을 지급하여 판촉을 해온 장치(하드웨어)였다. 모든 통신과 컨텐츠는 통신회사 관장 하에 움직였다. 애플 아이폰이 이러한 공식을 깨뜨렸다. 아이폰은 무선데이터 통신의 매출 증가에 목말라하는 통신회사의 기대에 부응했고 앱스토어는 고객의 충족되지 않았던 컨텐츠를 수혈했다. 애플의 역량은? 사용자 경험에 관한 한 탁월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핵심역량은 아마도 현존하는 첨단의 기술을 고객관점에서 해석하여 고객에게 최상의 사용자경험을 제공하는 능력이 아닐까? 이렇듯이, 특성 제품 세그먼트를 둘러싼 가치 네트워크와 이들을 통한 비즈니스 모델의 수립을 통한 고객 라이프사이클 가치의 극대화는 분명 과거의 제품을 가지고 고객을 찾아나서는 행태와 구별되는 것이다. 따라서 융합시대의 마케팅의 인재상은 이러한 고객통찰력과 자사의 역량을 잘 융합하는 T자형 인재가 되기를 요구 받고 있다. 시장조사를 잘 하지 않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애플이 이러한 고객중심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친다는 것이 한편 역설적이다.

제조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이행하는 패턴은 아래의 4가지 유형으로 대별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제품의 정비 서비스와 같이 제품을 좀더 잘 팔기 위한 부가 기능으로서의 서비스개념 둘째, 유지보수 subscription 계약처럼 서비스를 별도의 부가제품으로 자리매김한 경우 셋째,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는 것과 같이, 서비스를 좀더 잘하기 위해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 마지막으로, IBM이 컴퓨터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이행한 것과 같이, 서비스를 가치창출 프로세스의 주요 부분으로 하는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경우이다. 뒤로 갈수록 조직과 문화가 고객중심으로 가치가 급속히 이동한다는 점이 다르다. 제품을 좀 더 팔기 위한 부가적 기능으로 서비스를 바라보는 개념은 서두에 언급한 selling mind-set 이다. 반면 고객의 라이프사이클 가치에 방점이 찍혀있는 서비스 중심의 사고방식은 궁극적으로 고객중심의 mind-set 이다.

그러면 왜 기업들이 이렇게 도전이 많은 서비스중심의 비즈니스로의 이전을 꾀할까? 학자들은 경쟁이 심화되는 제품경쟁에 비해 수익률이 좋고 수입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제품이 서비스와 결합되면 가격에 대한 저항이 줄고 단일제품에 비해 수익률이 좋으며 계절이나 불황 같은 경제 주기를 타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B2B 나 산업마케팅부분에서는 고객이 서비스를 구매의 주요 고려사항으로 보며 특히 제품에 채화된 서비스는 경쟁사가 모방할 수 없는 경쟁우위로 작용한다는 주장을 한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의 모방이 쉬어 오히려 경쟁우위 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하는 이도 있다. 이의 구현을 위해서는 첫째, 고객의 경험과 가치를 우선시하는 고객중심의 전략 둘째, 서비스에 대한 하나의 경험을 만들기 위한 고객측면과 서비스 제공측면 양쪽의 참여로 이루어진 공동창작의 경험 네트워크의 효과적 설계와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며 셋째, 조직, 문화, 자원 및 역량 등 구성요소 전반에 대한 변화 추진 넷째, 서비스기획, 구현 및 운영으로 이어지는 서비스 라이프사이클이 고객요구와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토록 시스템이 설계되고 구축되어야 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급속하게 발전되어온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힘입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기법이 소개된 이래, 제조업은 눈부시게 발전되어왔다. 이에 반해,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경제에서 서비스 비중이 커지고 있음에도 과거 100년간 제조업에서 발달한 과학적 관리기법이 서비스 비즈니스에는 서비스의 여러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자리잡지 못했다. 서비스를 시스템적으로 사고하고 생산성과 품질관리향상을 연구하기 위한 서비스 사이언스 학제가 출범되어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나 제조중심의 기업이 서비스 중심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마케팅이 직면하는 도전은 만만치 않다.

융합IT 시대에 요구되는 고객육성 역할로서의 마케팅

미국마케팅학회가 정의한 아주 오래된 마케팅의 정의는, 기업의 역량을 고객의 필요와 요구에 경쟁사보다 빠르게 맞추는 것이다. 문제는 특히 하이테크산업에서는 고객이 특정 마켓 세그먼트에 대해 어떤 필요와 요구를 느낄지를 이해한다는 것이 종종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애플은 주로 전통적인 유통체인을 통해 제품을 팔아왔다. 2001년 새로운 Mac 을 출시하면서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storefront 프로그램 즉, 직영매장을 통해 최신제품을 소비자가 조건 없이 마음껏 사용해 볼 수 있는 매장을 출범한다. 이는 매장에서의 고객의 경험을 관찰하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통찰력을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를 위해 뉴욕5번가의 매장을 비롯하여 전세계에 155개 점포를 출범하고 2005년도에는 직영매장만이 전년대비 100% 성장을 이룬다.

이는 최근 2010년1월호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게재된 Rethinking marketing 이라는 제목의 논문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들의 주장은 이제 마케팅은 특정 고객 혹은 세그먼트의 깊은 지식과 이를 기업과 그 제품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결합하는 T자형 인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하여 고객과의 보다 밀착된 관계지속으로 라이프사이클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마케팅과 R&D 조직은 제품관리자의 역할에서 고객관리자의 역할로 변해야 하며 이는 제품관리자가 제품을 가지고 고객을 찾는 전통적인 영업적 사고방식(selling mind-set) 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과 이러한 요구의 수행을 찾아나서는 궁극적으로 마케팅을 표현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를 위해 마케팅과 R&D 는 Chief Customer Officer(CCO) 조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문을 보니 이종산업의 융합담당자 필요에 의해 SK커뮤니케이션즈는 최근에 Chief Conversion Officer 란 직책을 신설했고 아모레퍼시픽도 CIO가 CCO와 같은 역할을 부여 받았다고 한다. 이는 조직과 문화의 변화를 수반하기에 이러한 필요성을 아는 것과 이를 경쟁사보다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무척 도전적인 문제이다.

애플 아이폰이 국내 장치제조업자와 통신회사 그리고 콘텐트제공 업자 모두에게 기여한 점을 꼽으라면, 넘쳐나는 상품들 가운데에서도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필요와 요구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이며 고객의 경험과 가치에 기반한 차별화는 담대한 실행까지 더해진다면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는 점을 역설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