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마케팅학회가 정의한 아주 오래된 마케팅의 정의는, 기업의 역량을 고객의 필요와 요구에 경쟁사보다 빠르게 맞추는 것이다. 문제는 특히 하이테크산업에서는 고객이 특정 마켓 세그먼트에 대해 어떤 필요와 요구를 느낄지를 이해한다는 것이 종종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애플은 주로 전통적인 유통체인을 통해 제품을 팔아왔다. 2001년 새로운 Mac 을 출시하면서 디지털 라이프 스타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storefront 프로그램 즉, 직영매장을 통해 최신제품을 소비자가 조건 없이 마음껏 사용해 볼 수 있는 매장을 출범한다. 이는 매장에서의 고객의 경험을 관찰하여 고객의 라이프스타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통찰력을 얻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를 위해 뉴욕5번가의 매장을 비롯하여 전세계에 155개 점포를 출범하고 2005년도에는 직영매장만이 전년대비 100% 성장을 이룬다.
이는 최근 2010년1월호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게재된 Rethinking marketing 이라는 제목의 논문과 일맥상통한다. 저자들의 주장은 이제 마케팅은 특정 고객 혹은 세그먼트의 깊은 지식과 이를 기업과 그 제품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결합하는 T자형 인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하여 고객과의 보다 밀착된 관계지속으로 라이프사이클 가치를 극대화하는데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마케팅과 R&D 조직은 제품관리자의 역할에서 고객관리자의 역할로 변해야 하며 이는 제품관리자가 제품을 가지고 고객을 찾는 전통적인 영업적 사고방식(selling mind-set) 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과 이러한 요구의 수행을 찾아나서는 궁극적으로 마케팅을 표현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를 위해 마케팅과 R&D 는 Chief Customer Officer(CCO) 조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문을 보니 이종산업의 융합담당자 필요에 의해 SK커뮤니케이션즈는 최근에 Chief Conversion Officer 란 직책을 신설했고 아모레퍼시픽도 CIO가 CCO와 같은 역할을 부여 받았다고 한다. 이는 조직과 문화의 변화를 수반하기에 이러한 필요성을 아는 것과 이를 경쟁사보다 빠르게 실행에 옮기는 것은 무척 도전적인 문제이다.
애플 아이폰이 국내 장치제조업자와 통신회사 그리고 콘텐트제공 업자 모두에게 기여한 점을 꼽으라면, 넘쳐나는 상품들 가운데에서도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필요와 요구는 언제나 존재한다는 것이며 고객의 경험과 가치에 기반한 차별화는 담대한 실행까지 더해진다면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된다는 점을 역설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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